월드투어를 가야 겠다고 생각한 건 충동적이었다. 천국의 눈물을 딱 8번 봤다. 모차르트를 2번 빼고 올콜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턱없이 적은 관람 횟수였다. 그런데도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수에게 여전히 하루에 수십시간씩 관심을 가지곤 있지만 마음이 붕떠있는 이상한 기분이 계속되던 때였다. 아침에 회사 와서 인터넷 하다가 일본 블로그를 보고 있었는데 인도네시아 티켓팅 소식이 적혀 있었다. 인도네시아 티켓 판매 담당자에게 메일까지 보내가면서 어렵게 티켓을 얻었는데도 내가 정말 월드투어를 가고 싶은지 확신이 안 섰다. 티켓 구하면 곧바로 비행기도, 호텔도 예약하는 편인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결국 인도네시아 콘서트는 취소되었고 비행기도 호텔도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전적 손해가 없었으므로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1. 가수인 준수가 보고 싶어.
그러던 차에 준수닷 지인들이 방콕으로 콘서트를 보러 가자고 권유했다. 사실 인도네시아 공연이 뒤틀렸을 때, 월드투어를 가지 말라는 운명의 지시구나 싶었다. 그래서 월드투어를 가겠다는 생각을 깨끗하게 접었건만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 고민이 거듭되던 시기에 JYJ 멤버쉽 팬미팅을 다녀왔다. 팬미팅 다녀오고 가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로 노래하는 준수가 정말 보고 싶었다. 가수인 준수를 찾아서 어디든 가야 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월드투어를 가기로 결정했다. 방콕 공연이 일주일 남은 시점이었다. 가겠다고 마음 먹으니까 주변에서 티켓도 구해주고, 호텔도, 비행기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팬미팅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월드투어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만에 해외 나간답시고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사치도 하고, 거침없이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막상 방콕으로 향하는 당일이 되니까 내가 잘하는 짓인가, 어쩌자고 일을 저질렀지? 하는 것들이 머릿속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재중이가 총감독을 한다는 문장이 가슴 깊숙히 다가왔다. JYJ 재중 “월드투어 컨셉은 ‘창의적 도전’” 기사 타이틀을 보면서 묘하게 두근거렸다. 나는 JYJ가 하는 일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첫 시도라고 해도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온갖 악재가 셋을 막아도 언제나 잘했고, 잘하고 있으니까. 과연 얘네들이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 따위는 지워버린지 오래다. 다만 내가 어떤 감정을 얻어오게 될지 짐작 되지 않아서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준수가 좋은 걸 보여줘도 받아들이는 내 기분에 따라 기분이 최상으로 올랐다가 또 최악으로 떨어지는 주기가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버려뒀던 이글루에 방콕 다녀온다고 글도 남기고 초조한 기분으로 금요일 근무 시간을 탕진했다. 근무 2시간을 남기고 양해를 구한 뒤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과연 방콕 콘서트행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2. 월드와이드 앨범과 EMPTY
첫곡 EMPTY 들으면서 방콕에 온 건 천운이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가슴 깊이 간절하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준수가 여기 있구나 싶어서 준수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월드와이드앨범 처음 받아들고 음원 재생 시켰을 때는 EMPTY의 가치에 대해 이 정도로 높게 평가하지 않았는데 공연 보면 볼수록 EMPTY의 가치와, 그리고 EMPTY 안에 있는 준수의 가치에 입을 다물 수 없다. EMPTY는 완벽하게 준수를 위한 노래다. 그 동안 준수가 불러왔던 제목도 다 나열하기 힘든 그 수많은 노래 가운데 EMPTY만큼 준수를 표현할 수 있는 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준수는 앞으로 더 많은 노래를 불러줄테니까 EMPTY보다 준수를 표현할 수 있는 노래가 반드시 등장하겠지만.
EMPTY 참 좋은 노래다. 콘서트 중 EMPTY는 원버젼과 리믹스버젼 두 가지로 노래 되는데 사실 콘서트에서 같은 노래를 버젼만 다르게 두번이나 노래할 수 있다는 건 노래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한들 같은 무대에서 두번을 부르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절대 식상하지 않다. 이것은 이번 방콕 콘서트 뿐 아니라 쇼케이스도 그래왔고, 이전의 잠실콘서트에서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실패한 방법이라면 두번 쓰지 않는다. 완벽하게 성공했으니까 반복된다. EMPTY는 버릴 것이 없다.
콘서트 오프닝곡은 아무 노래나 될 수 없다. 단순히 곡이 좋다고 해서 오프닝곡이 될 순 없다. 콘서트를 시작하는, 콘서트의 가장 처음을 보여주는 곡으로 EMPTY가 가지고 있는 힘과 매력은 위대하다. 오프닝곡이 식상하면 그 공연을 오롯하게 몰입할 수 없다. 속된 말로 뽕 맞은 느낌, 오프닝곡으로 관객을 뽕 맞는 듯한 몰입으로 몰아가면 관객은 이 공연에 제대로 덤비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공연 속으로 철저하게 빠져서 치열하게 싸우고 결국 이 순간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기분을 EMPTY는 만들어준다. 오프닝곡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빈틈없이 완수한다. EMPTY의 원버젼이 유리관 소품을 이용해 탈출로 나아가는 드라마가 있어서 (JYJ팬을 감동시키는데에 억압과 자유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 감동적이라면, 리믹스 버젼은 내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없는 준수가 있어서 좋아한다.
EMPTY 리믹스의 준수는 그 누구보다도 쿨하고 그 누구보다도 핫하다. EMPTY 리믹스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것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리듬에 단순히 몸을 맞긴 수준이 아니라 마치 리듬 그 자체가 준수여서 준수 자체가 그 리듬인 상태. 리듬에 맞춰 머리와 몸을 흔드는 준수는 리듬이고 음악이고 그 순간만큼은 내 세상에 모든 것이다. 눈과 귀가 두개라서 참 서럽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눈과 귀만으로 느끼는 게 참 벅차니까. 분명 노래 제목은 EMPTY인데 FULL도 모자라서 정말 OVER FLOW한 상태랄까. 준수의 진가는 그저 음원으로 듣고 좋다 라고 생각한 노래를 그것에서 그치게 하지 않고 무대로 인해 그 노래를 더욱 사랑하게끔 만든다. 준수의 노래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건 오로지 준수의 무대 뿐이다.
그리고 ayyy girl과 be the one, 월드와이드앨범에서 제일 자주 듣는 노래 세개 뽑으면 ayyy girl이 있고, 월드와이드앨범에서 제일 안 듣는 노래 세개 뽑으면 그 안에 be the one이 있다. 그런데 무대를 보면 ayyy girl이나 be the one 똑같이 좋다. 확실히 나는 준수가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무대를 보는 게 좋다. 듣는 게 좋은 음악과 보는 게 좋은 음악은 가끔 일맥상통하고, 또 가끔은 이렇게 다르기도 하다. 확실히 월드와이드앨범은 흠잡을데가 없는 음악으로 가득하다. 유난히 좋아하는 노래는 있지만 싫은 노래는 단 1초도 없다. 앨범을 구입하면 좋아하는 노래와 싫어하는 노래를 칼같이 줄 그어놓고, 싫음과 좋음의 중간이 없는 나로썬 월드와이드앨범만큼 수록된 전곡을 모두 좋아하는 경험은 참 신기할 지경이다. jyj팬들이 흔히들 하는 '재중, 유천, 준수 셋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라는 말을 월드와이드앨범 듣고 나도 처음 했었던 것 같다.
3. 신곡
방콕 콘서트의 감동을 더 크게 극대화 시킨 것은 4곡의 신곡 덕분이었다. jyj 덕분에 8년동안 음악을 들었다. 럽인쟈 라이브 처음 봤을 땐 더 이상 이보다 대단한 무대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들의 음악에 나왔던 라이온하트 보면서도, 아스와쿠루카라 오사카콘 보면서도, 정말 많은 무대와 많은 방송을 보면서 눈이 너무 높아졌다. 더 좋은 노래와 무대를 보여주지 않으면 반응할 수 없는 괴물팬이 되어버렸다. 무엇이든 좋아라고 말할 수 없는 눈과 귀를 갖게 되어서 가끔은 이 부분이 준수에게, 유천이에게, 재중이에게 정말 미안하다.
방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빨리 촬영해온 영상을 웹에 올리고 싶어서 애가 탔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딱 두 곡 얼른 업로드 해서 방콕 콘서트에 함께 하지 못했던 팬들과 함께 보고 싶었다. 내가 방콕 콘서트에서 신곡 들으며 느꼈던 감정을 축약하면 정말 놀랍다는 것,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준수만큼 좋은 건 없다는 것. 결국 이 두 문장을 쪼개서 Boys letter 클라이막스 부분 영상 업로드하면서는 'As always...AMAZING'를, Get out 전곡 영상 업로드 하면서 썼던 제목은 '춤추면서 노래하는 준수보다 세상에 진리인 건 없습니당!' 로 정했다.
노래하는 준수, 춤추는 준수,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노래하면서 춤추고, 춤추면서 노래하는 준수가 좋다. 노래 듣고 춤 보는 내내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으면 심장이 밖으로 폭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옆에서 촬영하고 있던 모님의 손을 나도 모르게 무심코 잡아버렸다. 더 웃긴 건 내가 손 잡으니까 촬영하던 언니도 '에라이 모르겠다. 걍 같이 놀자' 하고 캠코더를 내려놨다는 것! (옆에 있던 언니가 너무 조용히 촬영해서 촬영 안하는 줄 알고 무심코 손 잡았는데 촬영하고 있어서 너무 놀랐다.) 이 좋은 무대를 촬영해서 캠코더 안에 담아두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참 좋은 일인데 왠히괜지 그 순간은 무언가 한단계를 거쳐서 보는 게 싫었다. 월드투어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도 이 노래를 볼 날이 많겠지만 이 무대만큼은 다시 오지 않을 순간 같았다. 이 노래가 세상에 공개된 건 처음이니까. 준수가 이 노래들을 세상에 공개한 첫날이니까. 앞으로 무수히 이 노래를 불러도 첫공개의 떨림과 환희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시간을 촬영하느라 현재가 주는 기쁨이 1g이라도 마음 속에 덜 담기게 되면 후회할까봐, 두고두고 후회할까봐 언니랑 손을 맞잡고 놀았다.
준수가 작사한 you're! 나는 준수의 세계관이 정말 좋다. 서글픈 기억에 날 깊이 가둬두고 그림자만 쫓아다녔어 이젠 다 사랑할래 / 저기 저 하늘 끝까지 달릴 거야 소중한 기억을 잃어도 또 새로운 미래를 열었으니까 가사 들으면서 어쩜 노래를 통해 저런 말들을 전할 수 있지 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가사를 듣고 있으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내용인데 결국 이젠 다 사랑하겠다는 가사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준수는 생각보다도 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말이라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몇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노래로 말해줄 수 있는 준수가 좋다. 내가 좋아하는 준수가 과거에 대해서 슬퍼만 하느라 정신 없다면 그보다 더 암울한 일이 또 있을까?
우울한 이야기를 잠깐만 하자면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준수 주위에 아직도 남아있다. 과거로 끝난 게 아니라 오늘 아침만 해도 (S)MBC 프로그램 '놀러와' 방해 공작이 펼쳐지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현재에 너무 많은데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고) 그래도 다 사랑하겠다는 씩씩한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뭉클하다. 언제나 자작곡 탄생될 때마다 예쁜 노래 만들어서 발표해주는 그 정성과 노력에도 고맙다. 남이 계획하고, 남이 만들어놓은 꼭두각시 아니고 내 노래, 우리 노래 만들어서 이렇게 들려주는 거 얼마나 기특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노래 만들어주는 건 고맙다 못해 요건 좀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잘할 필요는 없잖아?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다. 이런 식으로 다음 자작곡은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해서 절대 딴데로 한 눈 못 팔게 하는 건 정말 준수가 나쁘다. 준수야, 누나도 좀만 다른 곳 보면서 연애도 하고 시집도 가야 되는데 콘서트만 보고 오면 꼭 해야 하는 일도 눈에 안 들어오니 이걸 어쩜 좋니?
4. 남은 이야기
요 후기 쓰는데에 삼일 걸렸다. 짧은 후기는 아니지만 예전에 이것보다 훨씬 더 긴 후기를 1-2시간 안에 작성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정말 몇 안되는 문장을 쓰는데에 오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건 EMPTY에 관한 이야기 쓰다보면 갑자기 EMPTY 영상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유튜브 가서 방콕 EMPTY 검색하면서 다시 한번 보고 곱씹고, 또 후기 조금 쓰다가 보고 싶은 방콕 콘서트 영상 찾아보느라 너무 오래 걸렸다. 물론 후기 너무 안 썼더니 손 굳은 것도 인정! 하지만 이렇게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던 후기 쓰기의 본능을 일깨웠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놀랍다. 그만큼 방콕 콘서트 가서 좋았었나? 무어 이 질문의 답은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게 방콕 다녀오고 그 다음 날 대만 콘서트 가는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다. 티켓몬스터 사이트에서 저렴한 대만행 에어텔 상품이 나온 탓도 있었지만 준수가 보고 싶었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준수가 너무 너무 보고 싶어서 주저할 틈이 없었다. 팬이 투자하는 돈만큼 정직한 게 또 있을까? 공연 보고 나쁘면 절대 다신 그 공연에 돈 쓰지 않는다. 좋으니까, 좋았으니까 공연 다녀온지 하루만에 카드를 또 긁는 무시무시한 짓을 했지 (^_^)/
1. 가수인 준수가 보고 싶어.
그러던 차에 준수닷 지인들이 방콕으로 콘서트를 보러 가자고 권유했다. 사실 인도네시아 공연이 뒤틀렸을 때, 월드투어를 가지 말라는 운명의 지시구나 싶었다. 그래서 월드투어를 가겠다는 생각을 깨끗하게 접었건만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 고민이 거듭되던 시기에 JYJ 멤버쉽 팬미팅을 다녀왔다. 팬미팅 다녀오고 가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로 노래하는 준수가 정말 보고 싶었다. 가수인 준수를 찾아서 어디든 가야 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월드투어를 가기로 결정했다. 방콕 공연이 일주일 남은 시점이었다. 가겠다고 마음 먹으니까 주변에서 티켓도 구해주고, 호텔도, 비행기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팬미팅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월드투어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만에 해외 나간답시고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사치도 하고, 거침없이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막상 방콕으로 향하는 당일이 되니까 내가 잘하는 짓인가, 어쩌자고 일을 저질렀지? 하는 것들이 머릿속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재중이가 총감독을 한다는 문장이 가슴 깊숙히 다가왔다. JYJ 재중 “월드투어 컨셉은 ‘창의적 도전’” 기사 타이틀을 보면서 묘하게 두근거렸다. 나는 JYJ가 하는 일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첫 시도라고 해도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온갖 악재가 셋을 막아도 언제나 잘했고, 잘하고 있으니까. 과연 얘네들이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 따위는 지워버린지 오래다. 다만 내가 어떤 감정을 얻어오게 될지 짐작 되지 않아서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준수가 좋은 걸 보여줘도 받아들이는 내 기분에 따라 기분이 최상으로 올랐다가 또 최악으로 떨어지는 주기가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버려뒀던 이글루에 방콕 다녀온다고 글도 남기고 초조한 기분으로 금요일 근무 시간을 탕진했다. 근무 2시간을 남기고 양해를 구한 뒤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과연 방콕 콘서트행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2. 월드와이드 앨범과 EMPTY
첫곡 EMPTY 들으면서 방콕에 온 건 천운이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가슴 깊이 간절하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준수가 여기 있구나 싶어서 준수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월드와이드앨범 처음 받아들고 음원 재생 시켰을 때는 EMPTY의 가치에 대해 이 정도로 높게 평가하지 않았는데 공연 보면 볼수록 EMPTY의 가치와, 그리고 EMPTY 안에 있는 준수의 가치에 입을 다물 수 없다. EMPTY는 완벽하게 준수를 위한 노래다. 그 동안 준수가 불러왔던 제목도 다 나열하기 힘든 그 수많은 노래 가운데 EMPTY만큼 준수를 표현할 수 있는 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준수는 앞으로 더 많은 노래를 불러줄테니까 EMPTY보다 준수를 표현할 수 있는 노래가 반드시 등장하겠지만.
EMPTY 참 좋은 노래다. 콘서트 중 EMPTY는 원버젼과 리믹스버젼 두 가지로 노래 되는데 사실 콘서트에서 같은 노래를 버젼만 다르게 두번이나 노래할 수 있다는 건 노래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한들 같은 무대에서 두번을 부르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절대 식상하지 않다. 이것은 이번 방콕 콘서트 뿐 아니라 쇼케이스도 그래왔고, 이전의 잠실콘서트에서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실패한 방법이라면 두번 쓰지 않는다. 완벽하게 성공했으니까 반복된다. EMPTY는 버릴 것이 없다.
콘서트 오프닝곡은 아무 노래나 될 수 없다. 단순히 곡이 좋다고 해서 오프닝곡이 될 순 없다. 콘서트를 시작하는, 콘서트의 가장 처음을 보여주는 곡으로 EMPTY가 가지고 있는 힘과 매력은 위대하다. 오프닝곡이 식상하면 그 공연을 오롯하게 몰입할 수 없다. 속된 말로 뽕 맞은 느낌, 오프닝곡으로 관객을 뽕 맞는 듯한 몰입으로 몰아가면 관객은 이 공연에 제대로 덤비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공연 속으로 철저하게 빠져서 치열하게 싸우고 결국 이 순간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기분을 EMPTY는 만들어준다. 오프닝곡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빈틈없이 완수한다. EMPTY의 원버젼이 유리관 소품을 이용해 탈출로 나아가는 드라마가 있어서 (JYJ팬을 감동시키는데에 억압과 자유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 감동적이라면, 리믹스 버젼은 내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없는 준수가 있어서 좋아한다.
EMPTY 리믹스의 준수는 그 누구보다도 쿨하고 그 누구보다도 핫하다. EMPTY 리믹스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것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리듬에 단순히 몸을 맞긴 수준이 아니라 마치 리듬 그 자체가 준수여서 준수 자체가 그 리듬인 상태. 리듬에 맞춰 머리와 몸을 흔드는 준수는 리듬이고 음악이고 그 순간만큼은 내 세상에 모든 것이다. 눈과 귀가 두개라서 참 서럽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눈과 귀만으로 느끼는 게 참 벅차니까. 분명 노래 제목은 EMPTY인데 FULL도 모자라서 정말 OVER FLOW한 상태랄까. 준수의 진가는 그저 음원으로 듣고 좋다 라고 생각한 노래를 그것에서 그치게 하지 않고 무대로 인해 그 노래를 더욱 사랑하게끔 만든다. 준수의 노래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건 오로지 준수의 무대 뿐이다.
그리고 ayyy girl과 be the one, 월드와이드앨범에서 제일 자주 듣는 노래 세개 뽑으면 ayyy girl이 있고, 월드와이드앨범에서 제일 안 듣는 노래 세개 뽑으면 그 안에 be the one이 있다. 그런데 무대를 보면 ayyy girl이나 be the one 똑같이 좋다. 확실히 나는 준수가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무대를 보는 게 좋다. 듣는 게 좋은 음악과 보는 게 좋은 음악은 가끔 일맥상통하고, 또 가끔은 이렇게 다르기도 하다. 확실히 월드와이드앨범은 흠잡을데가 없는 음악으로 가득하다. 유난히 좋아하는 노래는 있지만 싫은 노래는 단 1초도 없다. 앨범을 구입하면 좋아하는 노래와 싫어하는 노래를 칼같이 줄 그어놓고, 싫음과 좋음의 중간이 없는 나로썬 월드와이드앨범만큼 수록된 전곡을 모두 좋아하는 경험은 참 신기할 지경이다. jyj팬들이 흔히들 하는 '재중, 유천, 준수 셋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라는 말을 월드와이드앨범 듣고 나도 처음 했었던 것 같다.
3. 신곡
방콕 콘서트의 감동을 더 크게 극대화 시킨 것은 4곡의 신곡 덕분이었다. jyj 덕분에 8년동안 음악을 들었다. 럽인쟈 라이브 처음 봤을 땐 더 이상 이보다 대단한 무대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들의 음악에 나왔던 라이온하트 보면서도, 아스와쿠루카라 오사카콘 보면서도, 정말 많은 무대와 많은 방송을 보면서 눈이 너무 높아졌다. 더 좋은 노래와 무대를 보여주지 않으면 반응할 수 없는 괴물팬이 되어버렸다. 무엇이든 좋아라고 말할 수 없는 눈과 귀를 갖게 되어서 가끔은 이 부분이 준수에게, 유천이에게, 재중이에게 정말 미안하다.
방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빨리 촬영해온 영상을 웹에 올리고 싶어서 애가 탔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딱 두 곡 얼른 업로드 해서 방콕 콘서트에 함께 하지 못했던 팬들과 함께 보고 싶었다. 내가 방콕 콘서트에서 신곡 들으며 느꼈던 감정을 축약하면 정말 놀랍다는 것,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준수만큼 좋은 건 없다는 것. 결국 이 두 문장을 쪼개서 Boys letter 클라이막스 부분 영상 업로드하면서는 'As always...AMAZING'를, Get out 전곡 영상 업로드 하면서 썼던 제목은 '춤추면서 노래하는 준수보다 세상에 진리인 건 없습니당!' 로 정했다.
노래하는 준수, 춤추는 준수,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노래하면서 춤추고, 춤추면서 노래하는 준수가 좋다. 노래 듣고 춤 보는 내내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으면 심장이 밖으로 폭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옆에서 촬영하고 있던 모님의 손을 나도 모르게 무심코 잡아버렸다. 더 웃긴 건 내가 손 잡으니까 촬영하던 언니도 '에라이 모르겠다. 걍 같이 놀자' 하고 캠코더를 내려놨다는 것! (옆에 있던 언니가 너무 조용히 촬영해서 촬영 안하는 줄 알고 무심코 손 잡았는데 촬영하고 있어서 너무 놀랐다.) 이 좋은 무대를 촬영해서 캠코더 안에 담아두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참 좋은 일인데 왠히괜지 그 순간은 무언가 한단계를 거쳐서 보는 게 싫었다. 월드투어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도 이 노래를 볼 날이 많겠지만 이 무대만큼은 다시 오지 않을 순간 같았다. 이 노래가 세상에 공개된 건 처음이니까. 준수가 이 노래들을 세상에 공개한 첫날이니까. 앞으로 무수히 이 노래를 불러도 첫공개의 떨림과 환희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시간을 촬영하느라 현재가 주는 기쁨이 1g이라도 마음 속에 덜 담기게 되면 후회할까봐, 두고두고 후회할까봐 언니랑 손을 맞잡고 놀았다.
준수가 작사한 you're! 나는 준수의 세계관이 정말 좋다. 서글픈 기억에 날 깊이 가둬두고 그림자만 쫓아다녔어 이젠 다 사랑할래 / 저기 저 하늘 끝까지 달릴 거야 소중한 기억을 잃어도 또 새로운 미래를 열었으니까 가사 들으면서 어쩜 노래를 통해 저런 말들을 전할 수 있지 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가사를 듣고 있으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내용인데 결국 이젠 다 사랑하겠다는 가사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준수는 생각보다도 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말이라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몇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노래로 말해줄 수 있는 준수가 좋다. 내가 좋아하는 준수가 과거에 대해서 슬퍼만 하느라 정신 없다면 그보다 더 암울한 일이 또 있을까?
우울한 이야기를 잠깐만 하자면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준수 주위에 아직도 남아있다. 과거로 끝난 게 아니라 오늘 아침만 해도 (S)MBC 프로그램 '놀러와' 방해 공작이 펼쳐지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현재에 너무 많은데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고) 그래도 다 사랑하겠다는 씩씩한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뭉클하다. 언제나 자작곡 탄생될 때마다 예쁜 노래 만들어서 발표해주는 그 정성과 노력에도 고맙다. 남이 계획하고, 남이 만들어놓은 꼭두각시 아니고 내 노래, 우리 노래 만들어서 이렇게 들려주는 거 얼마나 기특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노래 만들어주는 건 고맙다 못해 요건 좀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잘할 필요는 없잖아?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다. 이런 식으로 다음 자작곡은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해서 절대 딴데로 한 눈 못 팔게 하는 건 정말 준수가 나쁘다. 준수야, 누나도 좀만 다른 곳 보면서 연애도 하고 시집도 가야 되는데 콘서트만 보고 오면 꼭 해야 하는 일도 눈에 안 들어오니 이걸 어쩜 좋니?
4. 남은 이야기
요 후기 쓰는데에 삼일 걸렸다. 짧은 후기는 아니지만 예전에 이것보다 훨씬 더 긴 후기를 1-2시간 안에 작성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정말 몇 안되는 문장을 쓰는데에 오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건 EMPTY에 관한 이야기 쓰다보면 갑자기 EMPTY 영상이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유튜브 가서 방콕 EMPTY 검색하면서 다시 한번 보고 곱씹고, 또 후기 조금 쓰다가 보고 싶은 방콕 콘서트 영상 찾아보느라 너무 오래 걸렸다. 물론 후기 너무 안 썼더니 손 굳은 것도 인정! 하지만 이렇게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던 후기 쓰기의 본능을 일깨웠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놀랍다. 그만큼 방콕 콘서트 가서 좋았었나? 무어 이 질문의 답은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게 방콕 다녀오고 그 다음 날 대만 콘서트 가는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다. 티켓몬스터 사이트에서 저렴한 대만행 에어텔 상품이 나온 탓도 있었지만 준수가 보고 싶었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준수가 너무 너무 보고 싶어서 주저할 틈이 없었다. 팬이 투자하는 돈만큼 정직한 게 또 있을까? 공연 보고 나쁘면 절대 다신 그 공연에 돈 쓰지 않는다. 좋으니까, 좋았으니까 공연 다녀온지 하루만에 카드를 또 긁는 무시무시한 짓을 했지 (^_^)/



최근 덧글